▲ 사진= CommonPass

[디스커버리뉴스=정기환 기자] 잠깐의 불편함이라고 여겼던, 곧 끝나리라 믿었던 코로나19 시대가 길어지고 있다.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고 어떤 변화들은 분명 달갑지 않은 것이지만 우리는 코로나 유행 이후 많은 것들을 배웠다.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소중하고 그리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낯선 전염병도 일상을 되찾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포기할 줄 모르는 노력은 멈추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함께 노력하면 이전과 조금 다를지라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Common Pass'는 코로나19 검사 여부, 백신 접종 여부 등을 한 눈에 확인하고 인증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스위스 소재 비영리단체인 ‘커먼패스 프로젝트 재단(Commons Project Foundation)’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록펠러 재단과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Common Pass' 이용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승객이 출국 전 공인된 기관에서 검사 또는 예방접종을 받는다. 그러면 그 결과가 표준 데이터 양식에 맞춰 Common Pass 앱에 업로드 된다.

여기에 더해 승객은 목적지 국가가 요구하는 질문에 대해 앱에서 답을 작성한다. 이후 각국의 입국 규정을 바탕으로 앱을 통해 인증서가 발급되고, 항공사는 승객의 Common Pass 앱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한 뒤 탑승을 허용한다.

도착 국가의 입국관리소에서도 마찬가지로 QR코드를 제시하면 되며 앱은 암호화 돼 개인 정보의 유출 또는 검사 결과 조작을 막는다.

▲ 사진= CommonPass

그렇다면 'Common Pass'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세계가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검사 및 접종 결과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코로나19 테스트 결과의 인증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이 없는 상태이다. 많은 국가에서 입국 시 코로나19 음성 판정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게 위조할 수 있는 종이 카드에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도 다르고 형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백신이 보편적으로 출시되면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와 더불어 각국에서는 입국자들의 건강 상태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를 원할 것이다.
'Common Pass'는 검사 및 예방접종에 대한 표준화 된 증명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여행자와 각국 정부 모두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 CommonPass

이미 몇몇 국가와 항공사들은 'Common Pass'를 현장에서 시도해 보는 중이다.
지난 10월 초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항공기에 대해 'Common Pass'의 첫 번째 테스트가 진행됐다. 이어서 런던 히드로에서 뉴저지 뉴어크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중 자원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이 이뤄졌다.
실험에 참여한 자원자 중 한 명은 'Common Pass'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매우 간단한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30분 안에 결과가 앱에 업로드 됐고, 히드로와 뉴어크 출입국관리소에서 동일한 QR코드를 제시하고 통과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두 번의 실험에 이어 Common Pass측은 빠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Common Pass' 재단의 마이어 부사장은 “많은 대형 항공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유럽, 미주,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추가 노선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3대 항공동맹체 (SkyTeam, One World, Star Alliance) 또한 성명을 통해 ICAO의 가이드라인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일치된 테스트 방식을 도입하여 세계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승객 건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일관되고 확장 가능하며 경제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Common Pass와 같은 해결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 사진= CommonPass

'Common Pass'는 4가지 가치를 추구한다.
첫 번째는 중립(Neutral)이다. 커먼패스는 어떠한 국가에도 신세를 지지 않으며 상업적 이익도 없습니다. 독립적이며 비영리적인 기준으로 운영된다.

두 번째는 프라이버시 보호(Privacy Preserving)이다.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데이터가 저장 또는 공유된다. 데이터는 필요한 범위까지만 저장되며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유연성(Flexible)이다.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각국이 건강 검진 요건을 업데이트하여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세계화(Global)이다. 52개국에서 350명 이상의 공공 및 민간 부문 리더들을 모아 공동의 틀을 설계했다.
이번 'Common Pass'가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코로나19 이후 다른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에도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유효한 백신이 개발되고 진단 방식이 간편해 지더라도,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과 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건강 여권 Common Pass' 라는 새로운 시도가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주목해볼 만한 이유이다.



<정기환 기자 jeong9200@discovernews.kr>
저작권자 © 디스커버리뉴스(DISCOVERY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