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석양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투어타임즈=정기환 기자] 태평양의 보석같은 섬 '사모아'는 우리나라와 함께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분단국가 이다. 역사상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분단을 선택했기에 통일을 하려는 의지도, 기약도 없어 보인다.

이렇듯 서쪽의 사모아는 '독립국 사모아', 동쪽의 사모아는 '미국령 사모아' 이다. 동쪽에 위치한 미국의 해외 영토인 '미국령 사모아'는 총 5개의 화산섬과 2개의 산호초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식량과 에너지 등 소중한 해양자원이 담긴 보물창고, 아름다운 해변과 잘 가꿔진 열대우림이 반기는 미국령 사모아로 예전 즐거웠던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떠나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 사진= 미국령 사모아 전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자발적 분단국가, '사모아'와 '미국령 사모아'
지난 19세기 후반 국제사회는 이곳 '사모아 제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했다. 결국 독일과 미국은 1899년 베를린 조약 서명을 통해 사모아 제도를 반으로 나누었다.

서사모아는 1918년까지는 영국과 독일 제국이 함께 지배했으나,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뉴질랜드의 지배를 받았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사모아 동부 제도를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1900년 4월 17일, 사모아 동부 섬들의 최고 추장과 미국은 사모아 제도를 미국에 양도하기로 최종 서명하면서 동사모아는 결국 미국령이 되었다.

서쪽의 사모아는 1962년 1월 1일부로 '서사모아 독립국(Independent State of Western Samoa)'이라는 명칭으로 독립했지만, '동쪽의 사모아(American Samoa)'는 미국의 지금도 미편입 영토(unincorporated territory)로 남아 있다.
이후, 서사모아는 지난 1997년 7월 4일 국가 이름에 ‘서’(Western) 자를 떼고, '사모아 독립국(Independent State of Samoa)'으로 공식 명칭을 바꾸었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세상에 진짜 사모아는 우리뿐'이라는 선언을 하며 '호적 정리'를 한셈이다. 자존심이 상한 '미국령 사모아'는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했고 국호를 바꾼 후에도 공식적으로 사모아는 여전히 '서사모아'라 불린다.

현재, 인터넷 도메인과 ISO 국제표준 등에서사모아 독립국은 ‘Western Samoa’를 줄인 'WS' 기호를 부여받고 있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 해변의 파도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두 개의 큰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서사모아'의 면적은 2,842㎦로 제주도보다 넓고, 동사모아는 199㎦로 우리나라 진도보다 약간 크다.

인구는 서사모아에 19만 6,000명, 동사모아 5만 5,000명 정도다.

독립한 서사모아가 더 넓고 인구가 더 많긴 하지만, 1인당 GDP를 비교하면 미국령 동사모아가 1만 3,000달러로, 독립한 서사모아 6,000달러보다 두배 이상이다.

당연히 통화단위도 다르다. '미국령 사모아'는 미국 달러를 통용하는데 비해 독립한 '서사모아'는 탈라(Tala)라는 독자적 통화를 쓴다. 1탈라는 2.6 미국 달러 정도 이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전통공연팀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미국령 사모아 사람들은 미국인인가?
현재 미국은 모두 16개의 미국령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영토긴 하지만 미국의 주는 아닌 곳들이다.

16개의 미국령 중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은 사이판 섬으로 유명한 북 마리아나 제도, 미국령 사모아 제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푸에르토리코와 괌 등 5곳이다.

미국의 법으로 보호를 받긴 하지만 거의 독립적인 일종의 자치령이다. 미국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르기에 미국 땅, 미국령에서 태어난 이들 주민들 역시 미국 시민이다.

단, 현행 법에 따라 미국령 사모아와 스웨인스 섬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비시민권자로 분류되어 있다. 비록 시민권은 없지만 사모아 주민들은 미국의 보호 아래 있고, 입국 사증을 따로 발급받지 않고도 미국 여행을 할 수 있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아이들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미국령 사모아는 하와이 주가 괌, 사이판과 함께 관리한다. 미국 영토 중 가장 남쪽에 있어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사모아 덕분에 미군은 뉴질랜드와 호주 해역까지 작전을 펼 수 있다.

미국령 사모아의 공항인 팡오 팡오 일대에는 정체모를 컨테이너 박스 같은 건물들이 간판도 없이 늘어서 있다. 미군부대 캠프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시내에는 나라 면적과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커 보이는 대형 상점들과 역시 대형 웬디스, 맥도널드가 중간중간 끼어있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 전경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철두철미하게 보호된 자연의 아름다움
미국령 사모아는 투투일라(Tutuila), 아누우(Anu’u), 오푸(Ofu), 올로세가(Olosega) 그리고 타우(Ta’ū) 등 5개의 화산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모아와는 달리 '미국령 사모아'는 하와이, 쿡 제도처럼 높은 산이 많은 편이다.

가장 높은 산은 3,170피트의 라타(Lata) 산으로 타우 섬에 위치하며, 미국령 사모아의 가장 중심이 되는 투투일라 섬의 가장 높은 산은 2,142피트 높이인 마타파오(Matafao)산이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바닷속 풍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바닷속 풍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미국령 사모아'의 국토 대부분이 가파른 화산섬인 까닭에 수심이 깊어 항만이 매우 발달했다.

투투일라섬에 있는 팡오팡오(Pago Pago) 항구는 남태평양에서 가장 깊은 항구로, 깎아내린 듯한 절벽의 알라바(Alava) 산과 마타파오산, 레인메이커(Rainmaker)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미국령이라 괌, 사이판 같은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지만, 도시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잘 가꿔진’ 밀림이 갑자기 등장한다.

국토의 90%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열대 우림과 독특한 동식물로 덮여있는 반면, 도로 상태는 좋아 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 'SULU O LE OLA'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에겐 매우 특별한 곳
이곳은 여행지로는 다소 애매한 곳이지만 우리에게 만큼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지난 6.25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이 파견한 월튼 워커 중장은 전쟁으로 대한민국이 패망하면 이승만 등 대한민국의 주요 인사들을 미국령 사모아로 피난시켜 망명 정부를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운 기록이 있다.

물론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전면 무산됐지만, 역사에 '만약'이 있다면 우리는 사모아 사람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주계획은 무산됐지만, 피지와 사모아에 우리나라에 원양어선 기지를 세우면서 우리나라와는 꾸준히 교류가 있었다.

지금도 동원산업의 스타키스트(Starkist)는 미국령사모아를 먹여 살린 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 동원산업이 2008년 델몬트 푸즈로부터 3억 달러(3509억 원)에 인수한 스타키스트는 지난해 매출 8549억 7200만 원을 올려 동원 매출(2018년 기준 2조 4446억 원)의 34%를 차지하는 등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현지 고용인원만도 2천 명이 넘는다. 스타키스트가 철수하면 미국령 사모아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이 땅을 모두 떠나야 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사람들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 가성비 따위는 잠시 잊고 여행하는 곳
'미국령 사모아'는 사모아에 비해 물가가 월등히 비싼 나라다. 추천할 만한 숙소도 3곳 정도 뿐이고, 모두 시내 호텔임에도 1박당 15만원이 훌쩍 넘는다. 차량 대여, 가이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모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심도 조금 박한 편이다.

뭐든 내 일처럼 도와주려는 사모아 사람들에 비해 가격부터 먼저 딱 까놓고 이야기하는 편이라 상업적이라는 인상도 들 수 있다.

미국령 사모아에 친지가 있거나 특별한 연고가 있지 않는 한, 여행 명소를 검색해봐도 국립공원, 낚시 외에는 딱히 당기는 볼거리, 할 거리가 없을 듯도 하다. 그럼에도 가볼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하루 정도를 내어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는 마음으로 들르듯 가보면 좋을 듯하다. 도로가 단순하고 치안이 좋아 여행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 미국령 사모아에 가면(American Samoa) 꼭 가봐야 할 곳 ★
♡ 하트 섬 - Heart of Voh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하트섬 전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지난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가 금잔디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날아간 '하트 섬' 촬영 현장 이다.

상공에서 보면 '아름다운 하트'를 감상할 수 있어 전세계 수많은 연인들이 동경하는 프러포즈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하트섬 전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뉴칼레도니아 북서부 보(Voh) 지역에 위치한 이 곳은 '하트섬'이라 불리지만, 사실 유명한 맹그로브 나무 습지 이다.

지난 1990년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이 공개한 희귀한 하트 사진 덕분에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 팡오팡오 - Pago Pago

▲ 사진= 미국령 사모의 팡오팡오 전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이곳은 투투일라(Tutuila) 섬에 위치한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이다.

아름다운 항구와 멋진 해변, 푸르른 열대우림에서 천혜의 자연을 감상하고, 시내에서 쇼핑과 맛집 탐방도 가능하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팡오팡오 전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마을 가까이에 위치한 투 달러 비치(Two Dollar Beach)에서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현지 문화와 해수욕을 즐기고, 해발 500m 높이의 알라바 산(Mount Alava)에 올라 팡오팡오 항의 탁 트인 전망을 내려다 보는 것도 좋다.

항구의 부두 근처와 팡오팡오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현지인들이 만들어 파는 수제품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모아 전통 의상 쇼핑을 원한다면 스커트와 튜닉이 한벌로 된 드레스 풀레타시(puletasi)를 살펴보자.
♡ 마누아 - Manu`a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마누아 야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투투일라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숨겨진 보석 같은 섬. 멀리 떨어져있는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마누아 제도에서는 아찔한 해안 절벽, 총천연색 산호초, 다채로운 해양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마누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타우 섬에는 높이 960m가 넘는 미국령 사모아 최고봉 라타 산(Lata Mountain)이 우뚝 솟아 장관을 연출한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의 마누아의 비치 전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오푸(Ofu) 섬은 미국령 사모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상상하던 그대로의 남태평양 바다를 보여준다. 새하얀 백사장과 야자수, 열대 꽃들 사이에서 일광욕, 스노클링, 수영, 일몰 감상, 별 관찰을 즐길 수 있다.
♡ 미국령 사모아 국립공원 - National Park of American Samoa

▲ 사진= 미국령사모아 국립공원 표지판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투투일라(Tutuila), 타우(Ta'ū), 오푸(Ofu) 등 3개 섬이 국립공원에 속하며, 이 화산섬들은 열대 우림으로 덮여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큰 산호들을 비롯해 대규모의 산호 암초, 심해 암초, 열수 생물군집 등 고고학 연구 가치를 지닌 희귀한 해양 자원들이 보존되어 있다.

1993년, 사모아 추장들은 향후 50년간 미국령 사모아를 이루는 다섯 개의 섬 중 가장 생물학적 다양성과 보존가치가 높은 열대우림과 환상적인 해변 및 산호초가 있는 세 개의 섬 일부 지역을 미연방 국립공원 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이 장기임대(Lease)해 관리하도록 하는 데 동의하면서 국립공원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 국립공원 내 조류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이 공원의 총면적은 42㎢로 서울 여의도 면적(8.4㎢)의 무려 5배에 달한다. 그중 32㎢는 지상, 10㎢는 바다에 해당한다.

공원은 해안지대(Coast), 낮은 지대(Lowland), 산간지대(Montane), 산등성 지대(Ridge), 상층 구름 지대(Cloud) 다섯 열대우림 구역으로 뚜렷이 구분되고 그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수백 종의 열대 식물들의 소중한 터전이 되었다.

▲ 사진= 미국령 사모아 국립공원의 바닷속 풍경 © 태평양관광기구 제공

이 정도로 다채롭고 독특한 동식물이 보존된 곳은 전 세계의 미국 영토 중 이 곳이 유일하다.

사모아(Samoa)라는 단어는 "신성한 지구 (Sacred Earth)"를 의미하는데, 아메리칸 사모아 국립 공원 역시 3000년 역사를 지닌 사모아의 문화와 관슴, 신념과 전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기환 기자 jeong9200@sundo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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